친구놈 하나가 수원에 사는 탓에 보통은 그쪽에서 일산 올라오지만서도 가끔은 내가 올라갈 때도 종종 있는데, 나름대로 수원 토박이라는 친구가 추천해준 두 집이 있어 지난번엔 가 보게 됐더랜다. 두 집 모두 어느 정도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만두랑 통닭이라는 비교적 소박하면서 흔한 메뉴로 줄 씩이나 서게 한다니 나름대로 기대를 가질 법도 했지. 더구나 두 집 모두 수원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라는 친구의 귀띔도 있었고 말이다.
둘 다 위치는 뭔 문이고 뭔 문이라길래 수원 지리는 원래 문으로 구분 되는 건가 했다. 아마 보영만두가 남문...이었나 북문이었나. 그리고 진미통닭이 팔달문에 있는 치킨타운 뭐시기라고 했는데, 일단 먼저 간 곳은 보영만두.
보영만두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게 박보영이라 "보영만두? 그거 박보영이 만두 만들어주는 곳임?ㅋ_ㅋ" 라고 개드립 한 번 쳐봤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이건 뭐 힐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딴 드립 하도 쳐맞아서 이젠 지겹다는 식의 심드렁이라 굉장히 머쓱했다나. 어쨌든 보시다시피 줄을 서있다. 이 날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갔을 때 찍은 건데, 그저께 갔을 땐 가게 안에서 줄이 말마따나 또아리를 틀고 있더라.
다행히 메뉴 특성상 자리 죽치는 경우가 없어서인지 순환은 빠른 편. 줄 서있을 적부터 계산서를 먼저 받아 메뉴를 직접 체크하면, 자리가 나 들어갈 때부터 바로 주문 들어가 음식이 나오는 식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테이블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고기찐만두(\2,500).
이 집에서 군만두와 함께 제일 잘나가는 메뉴라길래 꽤 기대했었다. 처음 간 날에는 사진처럼 찐만두 치고 삶은 거마냥 물기가 아주 약간 많은 게 특이하다 생각했었는데 두 번째 갔을 땐 여느 만두집 같은 평범한 찐만두가 나와서 의아했음. 또 두 번째 갔을 땐 이 때 비해 크기가 꽤 작아졌다 싶었는데 이것도 만든 시간과 연관이 있는 걸지?
그래서 맛은 어떤가 하면 이것대로 꽤 특색있다고 생각했다. 명인만두 등을 필두로 해 기타 분식집 형태를 띈 체인 만두집들이 대개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맛을 내는 것에 비해 마늘향과 맛이 꽤 강하다는 게 특징인 듯. 더구나 음식이 워낙 순환이 잘 돼 여느 만두집 비해 비교적 갓 만든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톡까놓고 분식집 만두는 먹어보면 장사 잘 되는지 어떤지를 바로 알아는 게 암만해도 좀 묵혀놓고 찐 거는 피가 질겨지기도 하고 군내가 나니께. 여길 말할 것 같으면 피도 소도 갓 쪄낸 티가 나게 적당히 촉촉하면서도 피는 쫀득하고 소는 단단하면서 육즙이 있어 좋았다.
뒤이어 나온, 친구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고 추천했던 군만두(\3,000).
잘 튀겨진 피가 예술이라고, 겉은 바삭하면서 안쪽은 쫄깃한 피가 그렇게 예술이라며 극찬을 해대길래 어떤가 했더니 과연. 겉은 딱딱하지 않을 정도로 바삭하면서 안쪽은 층이 분리돼 야들야들하니 쫄깃한 게 맛있더라. 그리고 이 또한 찐만두와 같은 맥락으로 따끈따끈하게 갓 튀긴 걸 먹었다는 점에서 당연하게 가산점.
다만 튀겼기 때문인지 찐만두에 비하면 마늘향이 약해 내딴엔 쪼까 아쉬웠다.
물론 맛은 있었음.
진짜 이건 뭐
감각이 없어 의미가 없는 상차림샷. 그것도 먹던 중에.
마무리로 이 집의 또다른 간판메뉴 중 하나인 쫄면(\3,000). 그냥 쫄면 아니고 매운 쫄면. 그냥 매운 쫄면 아니고 아주 그냥 절라게 매워 돌아가시겠는 쫄면 되시것다.
애초에 메뉴가 매운쫄면, 보통쫄면, 안매운쫄면 이렇게 구분해서 팔고 있었는데 이 또한 매운 게 진국이라며(...) 친구가 추천하길래 하나 시킴. 이게 비벼놓고 나서 티가 날 지 모르겠지만 비비기 전 위에 얹어진 양념장 색깔이 색깔이 아니고 샊깔이라도 되는 양 시뻘건 게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먹은 감상은... 절라 매웠다.
다행히 맵다는 게 사람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매운 건 아니고 쫄면 원래의 새콤달큰한 맛과 쫄깃쫄깃한 면이 어우러져서 쫄면으로서 괜찮은 편이었다고 본다. 다만 혀가 아픈 매운 맛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보통 쫄면 정도를 시키는 편이 무난하게 만족스러울 듯. 그래서 이거 먹은 다음 번에 갔을 땐 보통 쫄면을 시켰는데 훨씬 만족스러웠다.
(자칭)매운 걸 잘 먹는다는 지가 추천해놓고 이런 바리에이션을 보이는 1人.
매워 뒈지겠다고 물 따르면서도 군만두를 놓지 않는 집착에서 많은 걸 느낀다.
아무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의외로 평범한 분식집이었지만서도, 이만큼 장사가 잘 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머니 상태고 맘 상태가 어떻든 정말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 치고 맛도 여느 곳보다 괜찮다고 느꼈던 곳.
사실 내가 몸소 수원에 들락날락 하기 전에도 일산에 자주 들르는 편이었던 친구놈 통해서 세 시간 걸려 배달된(...) 만두니 매운쫄면이니 하는 걸 먹어봤었지만 그 땐 뭐 감흥이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더랜다. 하지만 역시 직접 와서 먹어보니 어느 정도 값어치 있는 경험이었다 싶기도... 다만 역시 역사에 남을 만두고 쫄면은 아닌고로 다른 목적 없이 마냥 이거 하나 먹으러 수원 찍을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여긴 뒷문이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는 옆문 쪽이지만.
가게를 한 번 증축했었다고 해서 그런지 꽤 크다고 느꼈는데, 그 안에서도 남는 자리 없이 쭈욱 그득그득한 인파를 유지한다는 게 대단해 보이긴 했다. 하긴 애초에 줄을 선다는 것 자체가 당연하게 평소에 남는 자리 없다는 증거지만서도.
그리고 보영만두 바로 맞은 편에 붙어 있는 보'용'만두.
가게도 가깝도 이름도 엇비슷해서 수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선 어디가 원조인지 논란 씩이나! 만들고 있는 모양인데 아무튼 얘기 들어보면 겁나 재밌다. 애초에 보영만두가 있었고 지금처럼 장사가 잘 되고 있었는데, 그거에 욕심을 가진 건물주가 주방장 내쫓곤 직접 터를 잡아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빡친 주방장이 맞은 편에 바로 세운 곳이 보용만두다... 하는 설도 있고 그 반대라는 설도 있고 답이 안 나오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지금에 와서 현실을 보자면 여긴 보영만두만큼 장사가 기깔나게 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그래도 여기 또한 여느 동네 만두 분식집 비하면 잘 되는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지난 번 추석시즌엔 보영만두가 문을 닫았길래 여길 가봤는데 아무래도 거기보단 한 층 더 평범한 분식집 레벨이었다고 느끼긴 했었다.
이렇게 만두 쫄면으로 입가심은 했고, 다음은 통닭 클리어하러 고고.
지난 번엔 버스를 이용했었는데 사실 걸어도 만두집에서 통닭집 가는데 멀진 않다.
그래서, 여기가 대충 수원의 치킨타운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위치한 진미통닭 되시겠다. 사실 치킨타운이라고 타운 운운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지만(대충 요거만한 집 세 곳에 여타 작은 곳 좀 붙은?) 어쨌든 치킨의 메카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장사 잘 되는 곳이 여기 진미통닭이라는데, 여기도 아까처럼 줄 서서 먹는 곳의 일종이었다.
근데 생긴 건 영락없이 시장통 통닭집인데 줄 서는 시스템은 무선벨을 이용하는 등 최첨단을 달리고 있었다. 우왕 멋져...
이쪽도 예외 없이 그득그득. 넓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만두집보다 더 많았다.
메뉴. 후라이드와 통닭의 차이는 조각내서 튀김옷을 입혀 튀겼느냐, 아니면 통으로 튀겼느냐의 차이다. 나야 뭐 익숙한 후라이드로 시켰고.
사실 사람이 워낙 많아 복작복작한 건 둘째 치고 뭔가 나 앉을 때 행주질을 하긴 한 것 같다만 테이블의 기름기가 영 가셔지지 않는 등 깔끔한 분위기나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할 순 없겠노라고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애초에 서빙하는 사람이 이미지 그대로의 쌩 아줌마들이던데 이런 곳에서 테이블에 기름기가 어쩌니 클레임 걸어봐야 "그래? ㅋ" 이상의 뭔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기에. 그냥 닥치기로 맘먹고 세팅 샷.
난 허니 머스터드가 아닌 저런 겨자소스가 느무느무 좋다. 내 안에서 겨자소스 진퉁이라 하면 의정부시장 통닭집에서 주인아저씨한테 말하면 생겨자랑 물이랑 뭐시기랑 어찌저찌 섞어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내주던 그게 진퉁이지만.
좀 오래 기다리면서 한 번 언제 나오냐고 묻고, 여차저차한 끝에 나온 후라이드.
양은 좀 많은 편이고 튀김옷 없는 튀긴 모래집...이 아니라 똥집! 똥찌입!이 곁들여 나온다. 나읠 똥찌입 쨔응은 적당히 짭쪼름하니 꼬소했다능... 저것만 따로 팔았다면 분명 시켜서 더 먹었을 거라능... 이런 게 나의 똥찌입 쨔응이라느응... ㅋㅎ;
어쨌든 한 조각 먹어보고나서 굉장히 놀란 게, 대관절 여기는 정체가 뭐길래 내가
07년도에 휴학하고 자취할 때 이천시 마장면 오천리의 인력소개소 통해서 거지같은 노가다 존내 뛰고 63,000원 겨우시 챙기면 돌아가는 길에 닭 한마리 사서 돌아가 온 방 안에 기름 쩐내 풍겨대면서도 좋아 죽겠다고 룰루랄라 튀겨먹던 그 닭 맛을 이렇게나 놀라울 정도로 재현해 놓은거지... 진짜 풉풉 거리면서 먹었다.
한 마디로 보통 치킨집에서 먹는 치킨과는 다르다는 거다. 요즘 유행(?)하는 크리스피라고 하는 졸 두껍고 바삭바삭한 튀김옷(쉽게 떠올리자면 께이에뿌씨)과는 아예 다르고, 그렇다고 해서 페리카나 멕시칸을 떠올리면 될 일반적인 스타일과도 다른, 그야말로 닭에 밀가루옷 입혀 튀긴 겁나 와일드한 맛. 약간 탄내라고 할까 그런 것도 있고. 좀 미묘하게 표현하자면 아마츄어가 튀긴 닭 맛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전체적으론 푸짐하고 투박한 시장 통닭 이미지, 인 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걸지도?
참고로 맞은 편에 위치한 용성통닭도 가봤는데, 그쪽은 여기 비해 좀 더 일반적인 후라이드 치킨 스타일이면서 덤으로 나오는 똥찌입 쨔응이 좀 더 실하다. 더불어 닭발 튀긴 것도 같이 나와서 개인적으론 용성통닭이 인상은 더 좋았는데, 워낙 지금 시대로서는 특이해놔서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번갈아 가는 걸 선택할 듯하다나.
이리하여 수원 간 김에 실시한 먹부림 얘기는 이정도로. 사실 여기 말고도 태화장인지 하는 돼지국밥집도 두 번 가봤는데 첫번째 미묘하다, 두번째는 엿같다 라는 감상만 생겨서 굳이 안 좋은 얘기 씨부릴 것 없어 보이고-ㅠ- 위에 언급한 두 집은 확실히 내 기준으로 돈값 착실히 하는 괜찮은 집이었다는 인상이다.
사실 맛집에서 받은 인상보다는 아대 근처의 절라 저렴한 당구장비가 더 인상 깊었지만.
당구가 짱인 듯! 근데 난 대체 언제 50 넘게 쳐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