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08일
[렛츠리뷰/책] 막스 티볼리의 고백.
도서명 : 막스 티볼리의 고백 (The Confessions of Max Tivoli)
저자 : 앤드루 숀 그리어 / 윤희기 역
출판사 : 시공사
사실 그리 큰 기대는 갖지 않은 채 우연이라면 우연하게도 손에 넣게 된 책이 이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다. 평소 당첨운이 지지리도 없다 하자니 살면서 추첨으로 손에 넣은 물건이 영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뭐든 신청하는 족족 당첨되는 행운의 사나이 기질도 없던 와중에 렛츠리뷰를 통해 좋은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는 바.전복죽이 부럽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개인적인 소감을 풀어나가 볼까 한다.
표지를 장식한 건 애늙은이 옵션의 막스 티볼리(아마도).
책에 붙어오는 띠지는 일찌감치 떼어내는 성미인데다 평균치에 살짝 못미칠 기억력 탓에 존함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대단한 소설가라고 하는 그 분의 평이 그렇듯 이 소설은 실로 ‘매혹적이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대관절 막스 티볼리가 누구길래 무엇을 고백하겠다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제목과 더불어 인상적인 시놉시스에 이끌리듯 매료당해 읽기를 갈망하며, 어떤 과정을 거쳤든 손에 넣어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끝까지 주인공 막스 티볼리의 생애에 이끌리듯 몰입하게 되고 하물며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까지도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만족감, 정복감보다 오히려 여전히 끌리고 있는 듯한 여운을 갖게 하는 책으로서는 새삼스럽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첫대면부터 독특하고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책의 줄거리는 쉽게 한 문장으로도 요약이 가능한데, 굳이 또 해보자면 ‘보통 사람과 달리 70세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는 기묘한 신체를 타고난 한 남자의 삶의 회고록’ 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떠나 작중 화자인 막스 티볼리가 이 글을 읽을 대상으로서 자신이 일평생 사랑해 잊지 못한 여인 앨리스와 그 아들을 지목한만큼 책의 제목에 빗대어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며, 글을 쓰던 당시 기준 60살로 누구 못지않게 오래 살았지만 공교롭게도 열 살 어린아이의 몸을 하고 있는, 그러고도 끊임없이 시간을 역행하는 신체의 변화를 느끼고 누구보다도 삶의 유한함을 절감하며 여생을 보내는 그의 회고인 만큼 극단적인 의미를 붙여 ‘유서’라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사실 내가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요컨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라는 주인공의 설정에만 눈이 팔려 있던 무렵부터 속으로 내심 ‘아아, 보나 안 보나 남들과 다른 몸뚱이를 타고 난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는 주인공의 내면세계와 주변인의 야멸친 냉대 및 핍박을 실감나게 묘사하여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고 있을 것이 가설라무네…’ 하는 식으로 책의 속알맹이를 꽤나 심도있게 지레짐작하고 있었다는 건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그도 그럴 게 꼭 판에 찍어낸 듯한 아침드라마가 아니라 한들 어지간히도 뻔할뻔자다 싶었으니 남과 다른 주인공, 밝힐 수 없는 비밀이라는 두 키워드로 낼 수 있는 전개와 결론이라는 게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생각됐던 것이다. 비단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꼭 나뿐만은 아니리란 생각도, 사실 조금은 하고 있었음을 실토하겠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내 짐작은 반이 맞고 반이 틀렸는데, 주인공의 특이성에 따른 삶의 고난과 속깊은 내면세계, 까지가 맞고 일반인들의 핍박과 냉대, 이 부분이 틀렸더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막스는 60년 생애에 가족과 전 가정부, 가장 친한 친구 하나를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은 채 살아온 모범적인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이렇듯 자기 관리에 철저한 막스인 탓에 이 책에는 남과 다른 몸과 그로 인해 뒤틀린 삶을 고뇌하는 막스는 있을 지언정, 그런 그를 차디찬 혹은 공포어린 시선으로 흘겨보며 피하는 그들은 없다(그의 배와 머리뚜껑을 갈라 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미친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차별’은 이 소설에서 그다지 의미있는 비중이 없는 소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것을 대신하는가? 무엇이 의미있게 다뤄지는가?
그를 대신하서 이 회고이자 고백, 상징적인 의미의 유서를 차고 넘치도록 채우는 테마는 다름아닌 ‘사랑’이다. 작품 내에서 거의 예순살의 막스는 끊임없이 사랑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기록 전반에 걸쳐 지금까지 살면서 해온 모든 사랑에 대해 떠올리며 적어내고 있다. 소년 시절 풋풋한 마음과 달리 늙은 노인의 몸이었던 시절에 한 첫사랑,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실제 나이와 겉모습의 나이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던 적령기에 한 사랑, 거기서 더 나이를 먹어 연륜이 쌓이고 늙었지만 겉모습은 열 살배기 어린이인 지금도 예외랄 것 없이 하고 있는 사랑. 그리고 그 한평생을 바치며 해온 모든 사랑들이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순애보였음을. 은밀한 불륜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고, 고백하는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은 장르부터가 로맨스 소설은 아닌고로 마냥 낯뜨겁고 간질간질한 사랑의 속삭임 같은 것 따위로 사랑을 묘사하지는 않는다(사실 로맨스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극히 현실적인 사랑을 얘기하고 있달까. 비록 눈에 띄는 차별은 없다 한들 돌연변이로 세상을 살아가는 막스가 마냥 편하게 살 수야 없는 일인지. 늙은이의 몸으로 여느 사춘기 소년과 다를 바 없는 열병을 앓았던 막스, 어찌어찌 결혼까지 했지만 부인에게조차 자신의 비밀을 고백할 수 없었던 막스, 늘그막에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지만 이젠 발기조차 여의치 않을 어린 몸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막스. 이른바 ‘속 편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자신의 체질에 대해 막스는 한평생을 고뇌했다. 어찌보면 주위의 모두가 그를 마녀의 자식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하고 돌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욱 읽는이로 하여금 와닿게 ‘남과 다르다’라는 점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작품 전체의 희극적인 면과 비극적인 면을 모조리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이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 이 작품이 사랑이라는 테마를 통해서 어떤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라면 확실히 말해 대단하다는 감상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이 때문에라도 이 작품은 한번쯤 읽어봄직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의견을 밝히겠다. 또한 그리 밝지 않은 책의 분위기를 마냥 우중충하지만은 않게 띄우는 소박한 위트와, 읽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막스의 기분-그가 겪을 기쁨과 슬픔, 심지어는 음흉한 본능까지도-과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흡인력, 다만 막스의 평이한 어투 탓에 슬며시 집중력이 떨어질즈음에 절묘하게 던져지는 쌉쌀한 자극 등 소설로서 가지는 다른 모든 장점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허나 속단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전면적으로 뒤덮고 있는 테마가 사랑이라 한들, 정신병자는 아닐지언정 결코 정상일수도 없었던 한 남자의 독해빠진 이기심과 집착 따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책의 그것이, 마냥 곰살갑고 낭만적인 꽃밭을 꿈꾸는 청춘 남녀들의 입맛에까지 맞으리란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다(물론 반대의 장담도 못한다는 전제다).
마냥 상큼할까 하니 비린내가 섞이고, 과일인가 씹었더니 육즙이 배어나오고, 그나마도 아삭하기보다는 질펀한 식감으로 혀를 감싸는 음식과도 꽤 비슷한 이미지다.
어떤 점이? 딱히 살을 썰어 피가 튀는 장면이 나오지 않더라도 단지 사람이 살아가며 겪어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돌아가 읽은 초반부, ‘내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다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라는 대목이 귀띔하듯 이 책의 이야기인 막스 티볼리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과 사뭇 다르되 결국 같은 ‘인생’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시간은 무엇에든 예외랄 것 없이 적용되어 흐르는 것’ 이라는 당연한 진리로부터 시작돼 그것으로 끝난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비록 설정은 더할 나위 없는 판타지지만 여기 나오는 인간들의 사고(엑시던트 말고)는 대체로 지극히 현실지향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책을 안 읽은 사람은 절대절대 열면 안 되는 요약평^^*
저자 : 앤드루 숀 그리어 / 윤희기 역
출판사 : 시공사
사실 그리 큰 기대는 갖지 않은 채 우연이라면 우연하게도 손에 넣게 된 책이 이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다. 평소 당첨운이 지지리도 없다 하자니 살면서 추첨으로 손에 넣은 물건이 영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뭐든 신청하는 족족 당첨되는 행운의 사나이 기질도 없던 와중에 렛츠리뷰를 통해 좋은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는 바.

책에 붙어오는 띠지는 일찌감치 떼어내는 성미인데다 평균치에 살짝 못미칠 기억력 탓에 존함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대단한 소설가라고 하는 그 분의 평이 그렇듯 이 소설은 실로 ‘매혹적이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대관절 막스 티볼리가 누구길래 무엇을 고백하겠다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제목과 더불어 인상적인 시놉시스에 이끌리듯 매료당해 읽기를 갈망하며, 어떤 과정을 거쳤든 손에 넣어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끝까지 주인공 막스 티볼리의 생애에 이끌리듯 몰입하게 되고 하물며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까지도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만족감, 정복감보다 오히려 여전히 끌리고 있는 듯한 여운을 갖게 하는 책으로서는 새삼스럽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첫대면부터 독특하고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책의 줄거리는 쉽게 한 문장으로도 요약이 가능한데, 굳이 또 해보자면 ‘보통 사람과 달리 70세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는 기묘한 신체를 타고난 한 남자의 삶의 회고록’ 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떠나 작중 화자인 막스 티볼리가 이 글을 읽을 대상으로서 자신이 일평생 사랑해 잊지 못한 여인 앨리스와 그 아들을 지목한만큼 책의 제목에 빗대어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며, 글을 쓰던 당시 기준 60살로 누구 못지않게 오래 살았지만 공교롭게도 열 살 어린아이의 몸을 하고 있는, 그러고도 끊임없이 시간을 역행하는 신체의 변화를 느끼고 누구보다도 삶의 유한함을 절감하며 여생을 보내는 그의 회고인 만큼 극단적인 의미를 붙여 ‘유서’라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사실 내가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부터, 요컨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라는 주인공의 설정에만 눈이 팔려 있던 무렵부터 속으로 내심 ‘아아, 보나 안 보나 남들과 다른 몸뚱이를 타고 난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는 주인공의 내면세계와 주변인의 야멸친 냉대 및 핍박을 실감나게 묘사하여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고 있을 것이 가설라무네…’ 하는 식으로 책의 속알맹이를 꽤나 심도있게 지레짐작하고 있었다는 건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그도 그럴 게 꼭 판에 찍어낸 듯한 아침드라마가 아니라 한들 어지간히도 뻔할뻔자다 싶었으니 남과 다른 주인공, 밝힐 수 없는 비밀이라는 두 키워드로 낼 수 있는 전개와 결론이라는 게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생각됐던 것이다. 비단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꼭 나뿐만은 아니리란 생각도, 사실 조금은 하고 있었음을 실토하겠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내 짐작은 반이 맞고 반이 틀렸는데, 주인공의 특이성에 따른 삶의 고난과 속깊은 내면세계, 까지가 맞고 일반인들의 핍박과 냉대, 이 부분이 틀렸더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막스는 60년 생애에 가족과 전 가정부, 가장 친한 친구 하나를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은 채 살아온 모범적인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이렇듯 자기 관리에 철저한 막스인 탓에 이 책에는 남과 다른 몸과 그로 인해 뒤틀린 삶을 고뇌하는 막스는 있을 지언정, 그런 그를 차디찬 혹은 공포어린 시선으로 흘겨보며 피하는 그들은 없다(그의 배와 머리뚜껑을 갈라 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미친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차별’은 이 소설에서 그다지 의미있는 비중이 없는 소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것을 대신하는가? 무엇이 의미있게 다뤄지는가?
그를 대신하서 이 회고이자 고백, 상징적인 의미의 유서를 차고 넘치도록 채우는 테마는 다름아닌 ‘사랑’이다. 작품 내에서 거의 예순살의 막스는 끊임없이 사랑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기록 전반에 걸쳐 지금까지 살면서 해온 모든 사랑에 대해 떠올리며 적어내고 있다. 소년 시절 풋풋한 마음과 달리 늙은 노인의 몸이었던 시절에 한 첫사랑,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실제 나이와 겉모습의 나이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던 적령기에 한 사랑, 거기서 더 나이를 먹어 연륜이 쌓이고 늙었지만 겉모습은 열 살배기 어린이인 지금도 예외랄 것 없이 하고 있는 사랑. 그리고 그 한평생을 바치며 해온 모든 사랑들이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순애보였음을. 은밀한 불륜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고, 고백하는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은 장르부터가 로맨스 소설은 아닌고로 마냥 낯뜨겁고 간질간질한 사랑의 속삭임 같은 것 따위로 사랑을 묘사하지는 않는다(사실 로맨스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극히 현실적인 사랑을 얘기하고 있달까. 비록 눈에 띄는 차별은 없다 한들 돌연변이로 세상을 살아가는 막스가 마냥 편하게 살 수야 없는 일인지. 늙은이의 몸으로 여느 사춘기 소년과 다를 바 없는 열병을 앓았던 막스, 어찌어찌 결혼까지 했지만 부인에게조차 자신의 비밀을 고백할 수 없었던 막스, 늘그막에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지만 이젠 발기조차 여의치 않을 어린 몸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막스. 이른바 ‘속 편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자신의 체질에 대해 막스는 한평생을 고뇌했다. 어찌보면 주위의 모두가 그를 마녀의 자식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하고 돌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욱 읽는이로 하여금 와닿게 ‘남과 다르다’라는 점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작품 전체의 희극적인 면과 비극적인 면을 모조리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이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 이 작품이 사랑이라는 테마를 통해서 어떤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라면 확실히 말해 대단하다는 감상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이 때문에라도 이 작품은 한번쯤 읽어봄직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의견을 밝히겠다. 또한 그리 밝지 않은 책의 분위기를 마냥 우중충하지만은 않게 띄우는 소박한 위트와, 읽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막스의 기분-그가 겪을 기쁨과 슬픔, 심지어는 음흉한 본능까지도-과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흡인력, 다만 막스의 평이한 어투 탓에 슬며시 집중력이 떨어질즈음에 절묘하게 던져지는 쌉쌀한 자극 등 소설로서 가지는 다른 모든 장점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허나 속단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전면적으로 뒤덮고 있는 테마가 사랑이라 한들, 정신병자는 아닐지언정 결코 정상일수도 없었던 한 남자의 독해빠진 이기심과 집착 따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책의 그것이, 마냥 곰살갑고 낭만적인 꽃밭을 꿈꾸는 청춘 남녀들의 입맛에까지 맞으리란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다(물론 반대의 장담도 못한다는 전제다).
마냥 상큼할까 하니 비린내가 섞이고, 과일인가 씹었더니 육즙이 배어나오고, 그나마도 아삭하기보다는 질펀한 식감으로 혀를 감싸는 음식과도 꽤 비슷한 이미지다.
어떤 점이? 딱히 살을 썰어 피가 튀는 장면이 나오지 않더라도 단지 사람이 살아가며 겪어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돌아가 읽은 초반부, ‘내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다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라는 대목이 귀띔하듯 이 책의 이야기인 막스 티볼리의 인생이 우리의 인생과 사뭇 다르되 결국 같은 ‘인생’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시간은 무엇에든 예외랄 것 없이 적용되어 흐르는 것’ 이라는 당연한 진리로부터 시작돼 그것으로 끝난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비록 설정은 더할 나위 없는 판타지지만 여기 나오는 인간들의 사고(엑시던트 말고)는 대체로 지극히 현실지향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책을 안 읽은 사람은 절대절대 열면 안 되는 요약평^^*
# by | 2008/04/08 06:15 | 勇者多樂.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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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테마가 사랑이라는건 좀 의외군요..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