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닛신라왕

(컵)라면의 왕, 닛신 라오우.

사실 요런 놈이 있다는 사실은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다른 것들에 비해 좀 더 가격이 비싼 탓인지 다른 이유 탓인진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워낙 구하기가 힘들던 차였다. 일본식품 대행해서 파는 사이트를 가봐도, 매장을 가봐도 닛신 것은 카레면을 비롯 엄한 거는 많은데도 유독 이 닛신 라오우만큼은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지 않은가.

어쨌든 요놈은, 남에 의해 존재만 알되 스스로 입증은 하지 못하며 몇 년을 살던 와중에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주변에 일본 간다는 놈이 나댈 때 덥썩 갸한테 돈 좀 쥐어주고 사오거라- 하여 공수시킨 물품 되시겠다. 원래 여기 언급할 쇼유 말고 돈코츠도 있는 걸로 알아 좀 기대했었는데 쇼유만 세 개 사왔더라. 갸 말로는 다른 건 눈에 뵈지도 않고 애초에 쇼유도 꽤 발품 팔아서 어렵게 목돈 주고 사온 거라니 별 수 없으렷다.

여담이지만 이거 사다준 친구는 지금 군대에 가 있고, 사진에 찍힌 요놈은 세 개 중 마지막 남은 한 개로서 꽤 아끼고 아끼던 것을 어제 뜯은 거다. 이제 또 누가 일본 가는 날만 기다려야 하는지(...), 새삼 좀 아깝기도 하지만 끝물은 끝물의 낭만이 있는 거려니, 그저 이거 조리할 때 만취한 아버지가 밤늦게 들어와 화장실에서 토하고 있지만 않았더래도.

어쨌든 팔 걷고 만들어 보자.

윗봉지를 뜯으면 이런 구성. 일어가 딸리는 관계로 여기서 지극히 한국적인 해법을 도입하자면 생면과 분말스프, 건더기스프, 그리고 액상스프다.

요런 물구멍(?) 달린 컵라면 하면 보통 비벼먹는 계통을 생각하게 되지만 결코 그런 케이스는 아니다. 그저 좀 비싼만큼 까다로우신 라오우님을 조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일 뿐인데, 뭐 거창하게 말해봐야 결국 뜨거운 물 붓고 1분 있다가 물 빼라는 거. 컵라면 주제에 엔간히 사람 귀찮게 한다 싶어도 면 먼저 데쳐놓고 국물 붓는 방식이 나름 오리지널 라멘 삘이라 그러려니 한다. 물론 장인 기분이 나는 건 아니지만.

뜨거운물 부어 면을 데친 뒤 그 위에 각종 거시기들을 얹은 형상.
유달리 특별한 점은 딱히 없지만 굳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간장 베이스로 한 액상스프에서 뿜어져나온 저 농후한 기름기 정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뜨거운 물을 부은 뒤 휘휘 저은 완성샷. 생긴 것만으로 맛을 짐작하긴 어렵겠지만 보시다시피 꽤 기름지다.  ...이제 이거 먹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어서리 "내 생애 한 점 후회도 없다!" 외치고 절명하면 되는 거이...

컵라면 치고 인공적인 맛보다 본격 쇼유라멘의 맛을 꽤 그럴 듯하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라오우인 만큼, 맛은 꽤 훌륭하다. 아니 확실히 아예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면 내 친구 말마따나 장조림 국물에 면 말아먹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확실히 의식하고 먹으면 그런 맛이 나기도 한다) 고건 고거대로 맛이니께. 솔직한 감상으로 내가 그닥 안 좋아하는 멘야도쿄의 가다랭이포 일색 쇼유라멘보다는 세 배 이상, 또 멘무샤의 그것보다도 딱 그 정도쯤 내 입엔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라멘 먹고 왔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 담백하면서 늬글거린다- 라는 평을 보자면 오히려 이쪽이 내가 맛본 쇼유라멘 중에선 가장 오리지널에 근접한 게 아닐까 하는 가설도 세워봄직하다. 아니 뭐 장담은 못하겠지만, 어쨌든 단순 컵라면으로 치부하자니 미안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다는 얘기. 상당히 맛 좋다 이거.

결론적으로 입에는 참 맞는데, 구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랄까. 그런 의미에서 관심 가시는 분은 주변에 일본 간다는 사람 있을 때 최대한 달라붙으시고, 혹여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루트를 꿰고 계신 분 있으면 정보제공좀 해주십사, 마지막으로 이게 입에 맞고 멘야도쿄 쇼유라멘은 입에 안 맞는다는 전제를 근거로 저한테 맞을 만한 괜찮은 쇼유라멘 파는 곳 아시는 분은 마찬가지로 정보제공좀 해주십사 하며 마무리 지으련다.

by 삐약이 | 2009/04/01 00:09 | 勇者多樂.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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